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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신화] 독후감, 리뷰

eternal-present 2023. 10. 4. 09:41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

부조리

이 책을 접하기 전, 내가 알고 있는 부조리란 단지 '병영 부조리'라고 부르는 군대 내에서의 악습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시지프 신화라는 책에 있는 부조리에 대한 카뮈식의 설명은 기존 틀을 깨야 했기에 이해가 어려웠다. 그래서 먼저 국어사전에 찾아봤다.

부조리(不條理) / 철학
인생에서 그 의의를 발견할 가망이 없음을 이르는 말.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나타내는 실존주의적 용어


솔직히 말하면, 사전 설명을 봐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한자 뜻을 보았다. 

不 : 아닐 부
條 : 가지 조
理 : 다스릴 리(이)

여기서 나는 부 / 조리로 분리를 시켜봤다.
조리의 국어 사전 뜻은

條理(조리)
말이나 글 또는 일이나 행동에서 앞뒤가 들어맞고 체계가 서는 갈피.


여기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앞뒤, 체계, 들어맞고
예를 들어, 1 + 1 = 2와 같은 느낌.

여기서, 앞에 不(아닐 부)가 붙어 있으므로
저것들의 부정이라는 뜻이 된다. 즉,
'딱 이거다! 싶은 걸로 결론이 나질 않는 그 무엇'

부조리의 추론

카뮈가 부조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을 이끌기 직전,
카뮈는 무슨 말을 했을까?
바로 자살이다.

카뮈는 이렇게 말한다.

자살에는 수많은 동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볼 때 가장 표면적인 이유들이 가장 유력한 이유들은 아니었다.
신문에서는 흔히 '실연'이니 '불치의 병'이니 운운한다. 이와 같은 설명은 그럴듯해 보인다.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만큼 그 '진짜' 동기를 파악하기 힘든 건 없다. 표면상 드러나는 이유들은 우리에게 '그럴만 하다'고 '이해시켜준다' 하지만 죽은 당사자 조차도 자신이 왜? 무(無)를 갈망하게 되었는지 모를지도 모른다. 이어 카뮈는 말한다.

시원찮은 이유를 대고서라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세계는 낯익은 세계다.
돌연 환상과 빛을 박탈당한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낀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교육 혹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학습한다. '이건 이것' 혹은 '저건 저것' 식으로. 하지만 돌연 이런 조리가 부조리로 바뀌었을 때, 사람은 어떤 황량한 사막에 홀로 갇히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자부해오던 기존 세계는 철저하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였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고향의 추억도 약속된 땅의 희망도 다 빼앗기고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그의 삶, 배우와 무대 장치의 절연(絶緣), 이것이 다름 아닌 부조리의 감정이다.


연극에는 '세계'라는 잘 짜여진 각본이 있고 그것대로 수행하는 '나'라는 배우가 있다. 대본은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마치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지만 무언가에 의해 이런 연속성이 깨진다. 이런 연속성이 깨졌을 때, 인간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부조리한 감정이다.

부조리를 의식하게 된 인간은 영원히 그것에 매인다.
이 낯선 세계로의 유배에는 구원이 없다.

 

카뮈와 현재성

카뮈는 그냥, '현재나 잘 살자'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시지프신화에서 내가 주목한 '현재'라는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현재라는 이름의 지옥, 이것은 마침내 그의 왕국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의식의 날을 세워 가지고 있는 '한 영혼' 앞에 놓이는 현재 그리고 줄지어서 지나가는 수많은 현재, 그것이 바로 부조리한 인간의 이상이다.
교회는 그들 가운데 교회가 가르치는 모든 것의 부정인, 현재만을 중시하는 경향과 프로테우스의 압도적 힘을 금지했다. 


프로테우스는 을 훔쳐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았다. 여기서 시지프와 닮은 점이 매일 끊임없이 고통을 받는다는 점이다

니체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영원한 삶이 아니라 영원한 생동감이다."

 

카뮈는 현재가 아닌 것에 대한 맹목성을 경계한다.

희망 없는 인간, 희망 없음을 의식한 인간은 이제 더 이상 미래에 속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추억(과거)도 약속된 땅의 희망(미래)도 다 빼앗기고 없기 때문이다.
돈 후안은 희망의 또 다른 형태인 후회를 거부한다. 그는 초상화들을 바라볼 줄 모른다.

 

끝없는 형벌을 받는 시지프

카뮈는 '시지프가 형벌을 받는 모습'을 아래와 같이 묘사한다. 나는 아무래도 '시지프'를 통해 '현재의 생생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신체 감각적)

경련하는 얼굴, 바위에 밀착한 뺨, 진흙에 덮인 돌덩어리를 떠받치는 어깨와 그것을 고여 버티는 한쪽 다리, 돌을 되받아 안은 팔 끝, 흙투성이가 된 두 손의 온통 인간적인 확실성이 보인다.


부조리한 인간에게는 미래가 없다(희망의 거부). 과거도 없다(후회의 거부). 오직 남은 건 현재뿐이다. 

미래에 대한 무관심과 주어진 모든 것을 남김없이 소진하겠다는 열정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부조리에 대한 성찰은 비인간적인 것을 고통스럽게 의식하는 데서 출발하여 그 여정의 종점에 이르면 인간적 반항이라는 열정에 찬 불꽃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불꽃은 현재의 속성을 지닌다.

열정에서 불꽃. 특히 불꽃은 '현재'의 속성이다. 그리고 불꽃의 과거는 이미 타버린 검은 재. 아직 타지 않은 것은 불꽃이 아니니 불꽃은 단지 '잘 타오르는 것'인 즉, 현재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불 속에서 통째로 단련해 낸 이 의지 그리고 정면 대결에는 무엇인가 강력하고 비범한 것이 있다.


내 책상엔 작은 아날로그 시계가 있다. 시계는 끊임없이 1초마다 초침이 움직이면서 소리를 낸다. 이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온전히 현재에 있는 순간, 이 보잘것없는 것이 드러난다. 시지프가 끊임없이 '순간'이라는 돌이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던 것처럼. 시계에겐 1초. 1초. 1초. ..., 건전지가 다 소모되면 정지. 이게 전부다. 

그리고, 창밖의 새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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